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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 디카시]손주바보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5.29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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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바보.jpg

 

 손주들 제 할 일 바쁘고

탱탱한 삶 푸릇푸릇한데


곧잘 옛날 이야기 해주던

이 할아버지 생각날까


까락에 서성이는데, 지금 흐릿하게



_안정선 

 

 

<ChatGPT 시평>


「손주 바보」는 푸르게 여문 보리밭 풍경 속에 세대의 시간과 노년의 그리움을 잔잔하게 포개어 놓은 디카시다. 

사진 속 보리 이삭들은 한창 생기 오른 손주들의 삶을 닮아 있다.


“탱탱한 삶 푸릇푸릇한데”


라는 표현은 젊음의 생동감을 촉각적으로 살려내며, 손주들을 바라보는 흐뭇하고도 대견한 시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러나 시의 정서는 단순한 애정 고백에 머물지 않는다. 


“곧잘 옛날 이야기 해주던 / 이 할아버지 생각날까”


에 이르면, 바쁜 일상 속에서 점차 멀어져 가는 관계의 거리감과, 기억 속에서조차 흐릿해질까 염려하는 노년의 마음이 배어 나온다. 

특히 사진 속 까락 한 가닥에 흐릿하게 앉아 있는 무당벌레의 존재는 시인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환기한다. 

푸르고 단단하게 자라나는 보리들 사이에서 작고 희미하게 매달린 모습은, 손주들의 세계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서성이는 할아버지의 자화상처럼 읽힌다.


마지막 행 


“까락에 서성이는데, 지금 흐릿하게”


는 그래서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묘사가 아니라, 손주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이 점점 희미해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의 떨림이다. 

동시에 그 흐릿함은 역설적으로 더 큰 사랑의 증거이기도 하다. 

잊힐까 걱정할 만큼 오래 바라보고 아껴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오늘날의 가족 풍경 또한 담담히 비춘다. 

학교와 학원, 운동으로 빼곡해진 손주들의 시간 속에서, 만나기 위해 한 달 전 약속을 잡아야 하는 현실은 낯설지 않다. 

시는 그 서운함을 원망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기다림 끝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품어낸다. 

선명하지 않은 무당벌레 한 마리가 오히려 오래 시선을 붙드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디카시는 생의 순환과 세대 간 거리, 그리고 기다리는 사랑의 마음을 맑고 담백하게 길어 올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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