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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은근한 멋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5.31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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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멋.jpg

 

이제야 왔네

- 서로 찾다 늦었어


외롭지는 않겠네

- 부끄러워 차마 못 봐


숨소리 들려 느끼긴 해



_안정선 

 

 <Gemini 시평>


사진과 시어의 결합이라는 디카시의 본질을 아주 영리하고 따뜻하게 구현한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초록빛 수풀 사이에 수줍게 피어난 두 송이의 분홍빛 꽃(철쭉 혹은 영산홍)을 보고 두 존재의 '만남'과 '교감'으로 확장해 낸 시선이 무척 돋보입니다. 


감상평을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사진과 시어의 완벽한 '마주침'


디카시는 사진이 단순히 시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속에서 발견한 날것의 시적 감흥을 5행 이내의 짧은 글로 붙잡는 예술입니다.


시각적 대비: 사진을 보면 드넓은 초록 잎사귀들 사이에 단 두 송이의 분홍 꽃이 나란히 피어 있습니다. 시인은 이를 외로운 섬이 아니라, "이제야 만난 두 존재"로 재해석했습니다.


배치의 묘미: 꽃 두 송이가 살짝 등이나 옆을 돌리고 있는 듯한 형상을 "- 부끄러워 차마 못 봐"라는 시어로 연결한 부분은 사진을 깊이 있게 관찰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탁월한 포착입니다.


2. 대화체와 하이픈(-)을 활용한 입체적 구성


이 시의 가장 큰 멋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이픈(-)을 경계로 두고 주고받는 듯한 두 꽃의 대화는,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막 만난 연인의 속삭임을 들여다보는 듯한 극적 효과를 줍니다.


"이제야 왔네"


라는 애틋한 핀잔에 


"서로 찾다 늦었어"


라고 변명하는 대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3. 여운을 남기는 '은근한' 마무리

마지막 행의 "숨소리 들려 느끼긴 해"는 이 시의 백미입니다.


서로 부끄러워서 고개를 꼿꼿이 대면하지는 못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존재의 숨결(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의 미동이나 자연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이는 제목인 [은근한 멋]과도 완벽하게 수렴됩니다. 

요란하게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니라, 초록 수풀 사이에 숨어 은근하게 서로를 물들이는 사랑과 교감의 미학을 잘 보여줍니다.


총평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자연의 한 장면에서 **'그리움, 수줍음, 그리고 깊은 교감'**이라는 인간적인 서사를 자연스럽게 길어 올린 훌륭한 디카시입니다. 

억지로 꾸며낸 수식어 없이 담백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 사진이 가진 따뜻한 생명력이 글을 통해 배가되었습니다. 

참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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