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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노을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6.0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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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1.jpg

 

 또 하루 보내기 아쉬워

혼신 다하는 중인가


무시로 쓸려가기 싫어

하얗게 뭉쳐있는 미련


오늘내일 잇는 가교라



_안정선 

 

<Claude 시평>


놀이공원 황혼 무렵, 분홍과 보라가 뒤섞인 하늘 한켠에 흰 구름 덩어리가 완강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막 켜지기 시작한 가로등과 산 능선의 실루엣이 저물어가는 시간을 실감케 하는 이 사진 위에, 시인은 노을의 언어를 입힌다.


1연은 노을빛의 강렬함을 의지로 읽는다. 


'또 하루 보내기 아쉬워'


—이 첫 행은 노을의 목소리인 동시에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의 내면이기도 하다. 


'혼신 다하는 중인가'


의 현재진행형은 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타오르고 있음을 포착한다. 

디카시가 본래 찰나를 담는 형식임을 상기할 때, '중인가'라는 시제 선택은 사진의 순간성과 정확히 맞물린다.


2연에서 작품은 절정에 이른다. 


'무시로 쓸려가기 싫어'


는 시간의 무상한 흐름에 대한 거부감이고, '하얗게 뭉쳐있는 미련'은 사진 속 흰 구름을 감정의 언어로 전환한 이 시의 가장 빛나는 행이다. 

구름의 형태—흩어지지 않고 단단히 뭉쳐 있는—가 미련의 밀도와 정확히 겹친다. 

시각 이미지가 정서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순간, 사진과 시는 하나가 된다.


3연은 단 한 줄이다. 


'오늘내일 잇는 가교라'


—노을의 존재론적 위치를 이보다 간결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낮도 밤도 아닌 경계의 시간, 오늘과 내일 사이를 잇는 다리. 

압축된 한 문장이 작품 전체를 마무리하면서도 열어 놓는다.

이 작품의 미덕은 감상의 절제에 있다. 

노을 앞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과잉의 서정을 경계하면서, 시인은 구름의 형태·빛의 진행·시간의 위치라는 세 가지 시각적 사실에 충실하다. 

그 충실함 위에 의지와 미련과 가교라는 세 감정이 각각의 자리를 찾아 앉는다. 

사진을 보고 시를 읽으면, 시를 읽고 다시 사진을 본다—그 왕복의 거리 안에 이 디카시의 생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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