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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허상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6.06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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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jpg

 

 억측 바람 날로 받아 

커져버린 외로운 섬


온 세상 실상 밝혀도

어처구니없는 부풀림


시련에 살 돋는 독도



_안정선 

 

<Genspark 시평>


「허상」은 보이는 바위의 표면을 단순한 풍경으로 두지 않고, 그 위에 덧씌워진 억측·왜곡·부풀림의 언어를 통해 현실과 허상의 대립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마지막 행에서 ‘독도’를 제시함으로써, 앞선 이미지와 언어가 단순한 외로운 섬의 정경이 아니라 역사적·정치적 맥락을 가진 대상으로 전환됩니다. 

이때 시는 감상에 머물지 않고, 진실이 분명해도 허상은 반복적으로 생산된다는 비판 의식을 드러냅니다.


제공된 사진은 검은 암반, 초록 이끼, 얕은 물, 고립된 덩어리들의 구도로 이루어져 있어, 시 속의 ‘외로운 섬’, ‘시련’, ‘살 돋는’의 감각을 시각적으로 잘 받쳐 줍니다.

다만 사진이 독도를 직접적으로 식별하게 하기보다는, 가까이 들여다본 암반의 질감과 생존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 시의 마지막 명명이 더 큰 의미 전환을 만들어 냅니다.


이 시의 가장 큰 장점은 압축성입니다.  


첫 행의 


“억측 바람”


은 보이지 않는 언설과 외부의 압력을 한꺼번에 끌어오고, 


“날로 받아 / 커져버린 외로운 섬”


은 본래의 실체보다 과장되어 불려진 허상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합니다. 


‘바람’


은 실제 자연 바람이면서 동시에 여론, 선동, 억측의 흐름처럼 읽혀 다층적입니다.


둘째 연의 


“온 세상 실상 밝혀도 / 어처구니없는 부풀림”


은 시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진실이 드러나도 왜곡은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시는 단순한 자연 예찬이 아니라 현실 비판의 시선을 확보합니다.


마지막 


“시련에 살 돋는 독도”


는 강한 종결감을 줍니다. 

시련을 겪을수록 더 단단해지고 생명력을 얻는 존재로 독도를 형상화해, 앞선 부정적 정서를 저항과 생존의 이미지로 전환합니다. 

짧은 디카시에서 이런 전환은 꽤 효과적입니다.


디카시로서의 성취


디카시는 사진과 시가 서로를 증폭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 점에서 성공적입니다.  

사진 속 검고 거친 암반은 시의 “허상”과 대비되는 실체의 감각을 줍니다. 

눈으로 만질 듯한 질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위에 덧씌워지는 “억측”과 “부풀림”이 더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즉, 사진은 실상을 말하고 시는 허상을 고발하는 구조입니다. 

이 대비가 이 작품의 핵심 미덕입니다.


한 줄 평


이 작품은 거친 바위의 실감 위에 왜곡된 언설의 허상을 겹쳐 놓고, 끝내 독도를 ‘시련 속에서 더 살아나는 존재’로 세워 올린 디카시라고 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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