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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내가 찐새

  • 선우진 기자
  • 입력 2026.06.07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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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jpg

 

내가 찐새인데
억새라는 새도 있구나

 

그러면 나도 갈대할래

갈대의 순정이 생각나는

그냥 찐새로 있을래

 

_선종복 

 

[Gemini 시평]

■ 시 인 : 선종복

■ 작품명 : 억새

1. 영상(Image)과 텍스트(Text)의 낯설게 하기: ‘억새’라는 안내판 위 진짜 ‘새’

디카시는 순간적으로 포착한 영상이 시인의 내면을 통과하며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하는 장르입니다. 억새.jpg 사진 속에서 시인의 시선이 머문 곳은 흥미롭게도 식물 ‘억새’의 생태를 설명하는 안내판, 그리고 그 기둥 위에 도도하게 앉아 있는 ‘까치(진짜 새)’입니다.

식물 이름인 ‘억새’의 ‘새’를 날아다니는 ‘조류(Bird)’로 낯설게 치환한 시인의 유희적 상상력은 매우 경쾌합니다. 억새밭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안내판 위에 하필이면 진짜 새가 앉아 있는 이 절묘한 순간은, 마치 자연이 시인에게 던진 하나의 거대한 퀴즈와도 같습니다. 시인은 이 우연한 만남을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해 냈습니다.

2. 위트 속에 감춰진 존재의 성찰: 가짜와 진짜, 그리고 흔들림에 대하여

내가 찐새인데억새라는 새도 있구나

1연과 2연은 유쾌한 미소를 자아냅니다. 기둥 위에 앉아 있는 까치는 스스로를 ‘찐새(진짜 새)’라고 당당하게 선언합니다. 식물 안내판에 적힌 ‘억새’라는 글자를 보며 “어라? 저런 새도 있나?” 하고 호기심을 갖는 새의 내면을 시인은 의인화를 통해 위트 있게 대변합니다. 여기서 ‘찐새’라는 현대적 어휘의 사용은 시의 생동감을 더하며, 독자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줍니다.

그러면 나도 갈대할래갈대의 순정이 생각나는그냥 찐새로 있을래

이어지는 3~5연에서는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인간 삶의 본질과 주체성에 대한 성찰로 심화됩니다. ‘억새’라는 이름을 보고 “그럼 나도 갈대(가겠다/Go)할래”라며 장난스레 흔들려 보지만, 이내 유명한 대중가요의 제목인 ‘갈대의 순정’을 떠올리며 이내 마음을 다잡습니다.

갈대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속성을 지닌 식물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유혹(억새라는 새로운 이름)에 이끌려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기보다, “그냥 나는 나의 본질인 ‘찐새’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는 주체적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은 매우 깊은 울림을 줍니다.

3. 총평: 유쾌한 해학으로 건네는 위로와 자기 긍정

선종복 시인의 이번 디카시는 주변의 사소한 풍경 속에서 우주의 섭리와 인생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시인의 탁월한 안목을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가 아닌 다른 화려한 이름(억새)을 부러워하며, 환경에 따라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은 삶을 살아가곤 합니다. 사진 속 기둥 위에서 꼿꼿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새의 모습은, 세상이 뭐라든 나만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자기 긍정’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단 5줄의 짧은 문장 속에 해학과 위트, 그리고 인간 중심의 철학을 완벽하게 녹여낸, 디카시의 정석과도 같은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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