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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OPENSCHOOL]"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공포의 국가에서 공정한 계약까지, 근현대 철학 8인의 지혜

  • 박주은 기자
  • 입력 2026.06.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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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뉴스온-박주은기자]

인간 이성이 신의 권위를 대체하기 시작한 혁명의 시대부터, 기계 굴뚝이 하늘을 가리던 산업화 시대를 지나, 수천만 명이 희생된 전쟁의 폐허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격동적이었던 근현대를 관통하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8명 철학자의 이야기가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 토마스 홉스: 공포가 탄생시킨 국가라는 괴물

 

1649년 영국 찰스 1세의 참수형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왕권신수설'을 무너뜨린 충격적 사건이었다 . 왕이 사라진 자리에 찾아온 무법천지와 혼란을 목격한 토마스 홉스는 법과 경찰 등 강제 수단이 없는 '자연 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정의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무한한 자유를 포기하고 약속을 맺었으며, 이 계약을 강제할 절대 권력인 국가, 즉 '리바이어던'을 탄생시켰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가는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안전을 위해 계약으로 만든 산물이라는 정치철학의 대전환이 여기서 시작됐다.

 

 

2. 존 로크: '백지상태'의 인간과 저항권

 

홉스 이후 40년 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권력 교체를 이뤄낸 '명예혁명'을 목격한 존 로크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로크는 인간이 태어날 때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빈 종이인 '타블라 라사(Tabula Rasa)'와 같다고 보았다. 즉 신분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것이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선언이었다. 그는 정부에 권력을 맡긴 것은 자유와 재산을 지키기 위한 '위임'일 뿐이며, 정부가 시민을 억압하면 계약을 파기하고 새 정부를 세울 수 있는 '저항권'이 있다고 보았다. 이 사상은 훗날 미국 독립선언서와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다.

 

 

3. 장 자크 루소: 사유재산이 낳은 불평등의 사슬

 

문명이 발전하고 이성이 승리한 듯 보였던 18세기 중반, 파리의 화려한 살롱 뒷골목에는 굶주리는 이들이 넘쳐났다. 장 자크 루소는 "문명이 발전할수록 과연 인간은 행복해지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루소가 본 본래의 자연 상태 속 인간은 순수하고 선했으나, "이 땅은 내 것"이라고 선언한 '사유재산'의 등장과 함께 불평등이 시작됐다고 고발했다. 그는 기득권을 보호하는 가짜 계약 대신,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향한 '일반 의지'를 바탕으로 한 진짜 평등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인민주권론의 서막을 열었다.

 

 

4. 임마누엘 칸트: 인간 내면이 재구성하는 세상의 규칙

 

지식의 근원을 두고 경험론과 합리론이 대립하던 시대, 임마누엘 칸트는 학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일으켰다. 세상이 우리에게 지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 안에 이미 세상을 인식하는 '틀(시공간과 인과관계)'이 갖춰져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칸트는 이 이성의 구조를 도덕의 세계로 확장하여 "내 행동의 기준이 동시에 모든 사람이 따를 수 있는 보편적 법칙이 되도록 행하라"라는 도덕률을 제시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옳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그의 의무론적 윤리학은 현대 천부인권의 단단한 사상적 뿌리가 되었다.

 

 

5. 칼 마르크스: 산업혁명의 눈부신 그늘과 계급 투쟁

 

19세기 산업혁명은 폭발적인 번영을 가져왔지만, 노동자들은 하루 14~16시간씩 기계 앞에서 착취당했다 . 칼 마르크스는 이를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치명적 결함으로 진단했다. 사상이나 법률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경제 구조가 인간의 의식을 결정한다"라는 유물론적 통찰이었다. 자본가가 노동자의 '잉여 가치'를 독점하는 구조 속에서 인류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연속으로 이어져 왔으며, 결국 분노한 노동자들의 연대가 새로운 평등 사회를 열 것이라고 예언했다 .

 

 

6. 프리드리히 니체: 무너진 신화와 '자기 삶의 주인'

 

과학과 진화론의 발전으로 수천 년간 유럽을 지탱해 온 기독교적 세계관이 흔들리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는 절대적 가치와 기준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 진단이었다. 니체는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집단 권력 뒤에 숨는 대신,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창조하는 주체인 '위버맨쉬(초인)'가 될 것을 제안했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운명마저 온전히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Amor Fati)'의 메시지는 "지금의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 해도 후회 없이 살겠는가"라는 질문을 현대인에게 던진다.

 

 

7. 장 폴 사르트르: 참혹한 전쟁 속 선언한 '실존과 자유'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1억 명에 가까운 이들이 목숨을 잃고 인간 이성에 대한 낙관론이 산산조각 난 페어 위에서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를 외쳤다. 가위처럼 용도가 정해진 사물과 달리, 인간은 정해진 본질 없이 먼저 세상에 태어난 후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실존이 본질에 앞서는 존재"라는 것이다 . 사르트르는 인간을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존재"라 칭하며,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내린 모든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갈 것을 촉구했다.

 

 

8. 존 롤스: 풍요 속 불평등에 맞서는 '공정한 정의'

 

2세기 후반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부모의 배경과 타고난 재능 등 '우연성'에 의해 출발선이 달라지는 구조적 불평등이 고착화됐다 . 존 롤스는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성별, 빈부, 장애 여부 등)로 태어날지 전혀 모른다고 가정하는 '무지의 장막'이라는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 그는 이 장막 뒤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가장 약자가 될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 제도를 선택할 것이라 보았다. 타고난 조건이라는 '우연의 혜택'을 공동체와 나누는 차등의 원칙은 현대 복지국가의 중요한 철학적 근거가 되었다 .

 

홉스의 국가론부터 롤스의 정의론까지, 시대와 장소는 달랐지만 사상가들이 던진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타인이 정해놓은 정답을 수동적으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지독하게 찾아 나가는 과정이 바로 '철학'이기 때문이다.

[GKNEWSON 박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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