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식전에 친구 만나
가까이는 송파 둘레길
멀게는 야탑까지 탄천 따라
콩나물국밥 한 그릇 텅텅
한 주일 살아내는 원천
_안정선
<Genspark 시평>
좋습니다. 이 디카시는 사진과 시어가 서로를 과하게 설명하지 않으면서, ‘한 끼’가 ‘한 주’를 버티게 하는 힘으로 확장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총평
[완뚝]은 아주 일상적인 식사 장면을 통해, 우정·걷기·허기·회복·생활의 지속성을 짧고 단단하게 묶어낸 작품입니다.
특히 사진 속 비어 있는 뚝배기와 남은 양념 자국, 함께 먹은 흔적들이 시의 마지막 구절인 “한 주일 살아내는 원천”과 잘 맞물립니다.
단순히 “맛있게 먹었다”는 기록이 아니라, 고단한 삶을 견디게 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충전의 순간을 포착한 점이 좋습니다.
1. 제목 「완뚝」의 힘
제목이 아주 적절합니다.
‘완뚝’은 요즘 구어적 감각이 살아 있으면서도, 이 시에서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완전히 비워냄 = 허기를 채움 =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음이라는 구조를 만듭니다.
사진 속 텅 빈 뚝배기와 정확히 호응해서, 제목 하나가 시 전체를 압축합니다.
2. 이동의 리듬이 삶의 리듬으로 읽힘
일요일 식전에 친구 만나
가까이는 송파 둘레길
멀게는 야탑까지 탄천 따라
이 부분은 단순 동선 소개가 아니라, 걷는 시간의 축적을 보여줍니다.
“가까이는 / 멀게는”의 대비 덕분에 산책의 폭이 살아나고, 몸을 움직인 뒤 찾아오는 허기와 식사의 당위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즉, 국밥 한 그릇이 돌발적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걷고, 만나고, 허기진 뒤, 먹는 흐름이 잘 잡혀 있습니다.
3. 마지막 한 줄의 확장성이 좋음
한 주일 살아내는 원천
이 한 줄이 작품을 생활시에서 생존의 시로 끌어올립니다.
국밥 한 그릇이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 몸을 데우고
- 마음을 달래고
- 관계를 확인하고
- 다음 주를 버티게 하는 에너지
로 변환됩니다.
“살아가는”보다 “살아내는”을 쓴 것도 좋습니다.
이 표현에는 삶의 무게와 견딤의 정서가 담겨 있어서, 앞선 소박한 장면을 더 깊게 만듭니다.
사진과의 결합도
디카시에서 중요한 건 사진이 시를 중복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정서를 증폭하는가인데, 이 작품은 그 점에서 성공적입니다.
사진은
- 이미 먹고 난 빈 뚝배기
- 붉은 국물의 잔흔
- 반찬 접시와 수저
- 함께한 사람들의 흔적
을 남겨 둡니다.
그래서 이 시는 “콩나물국밥이 맛있었다”가 아니라, 먹고 난 뒤에 남는 충만함과 생활감을 보여줍니다.
특히 식탁이 지나치게 정돈되지 않은 점이 오히려 좋습니다.
실제 삶의 자리, 실제 위로의 자리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작품은 친구와 걷고, 국밥을 먹고, 다시 한 주를 버텨낼 힘을 얻는 순간을 소박하게 붙잡은 디카시입니다.
사진의 빈 뚝배기와 시의 “완뚝”, 그리고 마지막의 “살아내는”이 만나면서, 한 끼의 식사가 삶의 원천이 되는 서민적이고도 따뜻한 서사를 잘 만들어 냈습니다.
BEST 뉴스
-
[황지영칼럼]사랑이와 기쁨이
사랑이와 기쁨이 김사랑, 이기쁨(가명) 이 두학생은 형제인데 내가 몇 달 간 가르친 학생들이다. 형 사랑이는 6학년, 동생 기쁨이는 4학년, 성이 다른 형제가 우리 시설에 와서 며칠 적응 시간을 갖고 교실에 와서 함께 공부를 시작하였다. 교실로 오던 첫 날, ... -
[선종복칼럼]수능 폐지하고 대학입시 대학에 맡길 때
해마다 11월이면 온 나라가 숨을 죽인다. 비행기 이착륙이 미뤄지고, 출근 시간이 조정되고, 수백만 명의 학부모가 자녀보다 더 긴장한 채 하루를 보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른바 수능이다. 도입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이 하루짜리 시험이 한 사람의 12년 학업과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
[선종복칼럼]고전(古典)에서 길을 묻다: 시대를 뛰어넘는 글로컬 리더십의 지혜
[선종복칼럼] 글로벌화가 심화하고 지식 기반 사회로 급격히 이행함에 따라 세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동시에 local(지역적) 가치와 특수성의 중요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각을 지니면서도 지역 특성에 발맞추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글... -
[디카시]착한 착각
철 지난 철쭉 회춘했나 고개 숙여 들여보다 아픈 목허리 펴 하늘 보니활짝 웃는 백일홍 _안정선 사진과 텍스트의 관계무성한 초록 잎 사이, 꽃 진 철쭉나무 가지 위에 배롱나무 꽃잎이 시들어 얹힌 광경 ... -
[디카시]기운 빨
앞뒤로힘주어 사느라어렵다는 걸 왜 모르겠니 _안정선 [Gemini 시평]'기운'의 중의적 포착: 건물 뒤편 하늘로 넓게 퍼져나가는 구름 산맥은 거대한 '기운(氣運)'의 장관을 이루고, 그 거친 기운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앞뒤로 힘을 주어 버텨내... -
[디카시]부모 노릇
보일 듯 안보일 듯 알 듯 모를 듯세상 절반은 끈적거리니조심하고 _안정선 [Gemini 시평]시각적 이미지와 시어의 완벽한 결합사진 속 거미줄은 빛을 받아 미세하게 빛나며 가늘고 섬세한 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언...
전체댓글 0
NEWS TOP 5
추천뉴스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순위...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