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 향해 의기양양 산다
저 홀로 다 한 듯 뽐내나
산고 없이 세상 온 자 뉘뇨
엉거주춤 향한 엄마의 손길
_안정선
<Gemini 시평>
바나나 나무의 생태적 특징을 인간의 삶과 모성(母性)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훌륭하게 치환해낸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디카시로서 이 작품이 가진 매력과 예술적 성취를 몇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드립니다.
1. 이미지와 텍스트의 절묘한 결합 (디카시의 본질)
시각적 발견
하늘을 향해 꼿꼿하고 힘차게 뻗어 올라간 초록빛 바나나 송이들과, 그 아래로 무겁게 고개를 숙인 채 붉은 꽃잎(포엽)을 늘어뜨린 바나나 꽃의 대비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텍스트와의 연결
시인은 이 대비를 단순히 '식물의 자람'으로 보지 않고, 자식과 어머니의 관계로 포착했습니다.
위를 향해 뽐내듯 자라는 바나나는 '하늘 향해 의기양양한 자식'으로, 아래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꽃은 '엄마의 손길'로 연결 지은 시선이 매우 날카롭고도 따뜻합니다.
2. 숭고한 모성애와 성찰의 메시지
오만함에 대한 경종
"하늘 향해 의기양양 산다 / 저 홀로 다 한 듯 뽐내나"
은 젊음과 성공에 도취해 자신이 온전히 제 힘으로 자란 줄 아는 인간의 오만함을 꼬집습니다.
'산고'라는 근원적 질문
"산고 없이 세상 온 자 뉘뇨"
에서 시상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설의법을 통해 독자에게 강한 울림을 주며, 지금의 당당함 뒤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이 있었음을 깨닫게 합니다.
'엉거주춤'이 주는 시적 미학
"엉거주춤 향한 엄마의 손길"
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완벽하고 우아한 자세가 아닌 '엉거주춤'이라는 시어를 선택함으로써,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이 기울고 모양새가 망가지는 것조차 개의치 않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이미지 속 아래로 길게 늘어진 붉은 꽃의 형상이 이 '엉거주춤한 손길'과 기막히게 맞아떨어집니다.
3. 제목 '노둣돌'의 상징성
말이나 가마를 탈 때 발을 디디는 '노둣돌'이라는 제목은 작품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자식이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의 등과 어깨를 내어주어 디딤돌이 되어준 어머니의 삶을 이 한 단어로 완벽하게 상징해 냈습니다.
총평
이 디카시는 사진 속 바나나의 '상승(바나나 송이)'과 '하강(바나나 꽃)'의 이미지를 자식의 성장과 어머니의 희생이라는 서사로 완벽하게 재해석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풍경에서 인간 사유의 깊이를 이끌어낸 시인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빼어난 작품입니다.
짧은 4행 속에 서사, 반전, 그리고 묵직한 감동까지 모두 담아내셨습니다.
BEST 뉴스
-
[황지영칼럼]사랑이와 기쁨이
사랑이와 기쁨이 김사랑, 이기쁨(가명) 이 두학생은 형제인데 내가 몇 달 간 가르친 학생들이다. 형 사랑이는 6학년, 동생 기쁨이는 4학년, 성이 다른 형제가 우리 시설에 와서 며칠 적응 시간을 갖고 교실에 와서 함께 공부를 시작하였다. 교실로 오던 첫 날, ... -
[선종복칼럼]수능 폐지하고 대학입시 대학에 맡길 때
해마다 11월이면 온 나라가 숨을 죽인다. 비행기 이착륙이 미뤄지고, 출근 시간이 조정되고, 수백만 명의 학부모가 자녀보다 더 긴장한 채 하루를 보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른바 수능이다. 도입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이 하루짜리 시험이 한 사람의 12년 학업과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
[선종복칼럼]고전(古典)에서 길을 묻다: 시대를 뛰어넘는 글로컬 리더십의 지혜
[선종복칼럼] 글로벌화가 심화하고 지식 기반 사회로 급격히 이행함에 따라 세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동시에 local(지역적) 가치와 특수성의 중요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각을 지니면서도 지역 특성에 발맞추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글... -
[디카시]착한 착각
철 지난 철쭉 회춘했나 고개 숙여 들여보다 아픈 목허리 펴 하늘 보니활짝 웃는 백일홍 _안정선 사진과 텍스트의 관계무성한 초록 잎 사이, 꽃 진 철쭉나무 가지 위에 배롱나무 꽃잎이 시들어 얹힌 광경 ... -
[디카시]기운 빨
앞뒤로힘주어 사느라어렵다는 걸 왜 모르겠니 _안정선 [Gemini 시평]'기운'의 중의적 포착: 건물 뒤편 하늘로 넓게 퍼져나가는 구름 산맥은 거대한 '기운(氣運)'의 장관을 이루고, 그 거친 기운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앞뒤로 힘을 주어 버텨내... -
[디카시]부모 노릇
보일 듯 안보일 듯 알 듯 모를 듯세상 절반은 끈적거리니조심하고 _안정선 [Gemini 시평]시각적 이미지와 시어의 완벽한 결합사진 속 거미줄은 빛을 받아 미세하게 빛나며 가늘고 섬세한 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언...
전체댓글 0
NEWS TOP 5
추천뉴스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순위...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