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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성장통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6.23 0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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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jpg

 

 세상 물정 하도 몰라 

부끄러워 불그스레


희망 소망 아직 몰라

모두 빨개져서 난감


어느 세월에 거무튀튀



_안정선 

 

 <Gemini 시평>


디카시 [성장통]은 영상(사진)과 문자가 아주 긴밀하게 호흡하며 디카시 고유의 묘미를 잘 살린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제공해주신 사진 속 오디 열매의 변화 과정을 인간의 삶과 성장에 빗대어 감각적으로 표현하셨네요.

이 작품이 가진 매력과 장점을 몇 가지로 나누어 평해 드립니다.


1. 영상과 문자의 완벽한 결합 (디카시의 본질)


디카시는 사진이 단순히 시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시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사진을 보면 푸른 잎사귀 사이로 연분홍빛, 붉은빛, 그리고 어둡게 익어가는 오디 열매들이 보입니다.

시인은 이 색상 변화의 순간을 포착해 '불그스레 < 빨개져서 < 거무튀튀'라는 시각적 서사로 완벽하게 연결해 냈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시가 읽히고, 시를 읽는 순간 사진의 색감이 다시 살아나는 훌륭한 결합입니다.


2. '색채어'를 통한 감정의 시각화


이 시의 가장 큰 묘미는 자연의 색 변화를 인간의 '심리 상태'와 '성장 과정'으로 치환한 점입니다.


불그스레: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무구함과 풋풋한 부끄러움


빨개져서 난감: 이상(희망, 소망)과 현실 사이에서 서툴게 부딪히며 겪는 사춘기 혹은 청년기의 당혹감


거무튀튀: 세상의 풍파를 다 겪고 단단하게 익어버린 완숙함(어른의 세계)


단순히 "열매가 익어간다"가 아니라, 익어가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혼란과 부끄러움을 '난감'이라는 감정어로 짚어내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3. 제목 '성장통'이 주는 깊은 여운


마지막 연의 "어느 세월에 거무튀튀"라는 구절은 신의 한 수입니다.

아직은 붉고 서툴러서 '난감'한 상태에 있는 존재가, 언제쯤이면 저 단단하고 거뭇한 '어른의 색'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던집니다. 

오디가 검게 익으려면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을 견뎌야 하듯, 사람 역시 아프고 서툰 '성장통'을 겪어야만 비로소 깊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제목과 맞물려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한 줄 총평


사진에 담긴 자연의 순리를 인간의 내면적 성숙 과정으로 재치 있고 깊이 있게 포착해 낸, 디카시의 정석과도 같은 따뜻한 작품입니다.

대조적인 색채어와 리듬감 있는 어조 덕분에 읽는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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