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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유아독존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6.27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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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독존.jpg

 

같은 생각인 듯 짐작하고

주장에 고집까지 부리나


너무 특별해

아주 잘 보여



_안정선 

 

<Claude 시평>


짙은 초록의 군엽(群葉) 속에 단 하나의 붉은 잎이 박혀 있다. 

나머지 잎들은 저마다 자기 자리를 지키며 고요한 질서를 이루고 있는데, 그 잎 하나만은 계절을 거스른 듯 선명한 주황빛으로 타오른다. 

배경의 콘크리트 벽마저 무채색으로 물러서며 붉은 잎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사진 자체가 이미 한 편의 주제를 완성하고 있다.


"주장에 고집까지 부리나"


— 첫 행은 약간의 핀잔을 담은 말투다. 

'주장'과 '고집'을 겹쳐 놓아 혼자만 다른 색을 고수하는 잎에게 말을 거는 형식이 자연스럽다. 

구어적 어조가 디카시 특유의 즉흥성과 잘 어울린다.


"너무 특별해 / 아주 잘 보여"


— 겉으로는 나무라는 듯하지만 속은 감탄이다. 

'너무'와 '아주'라는 강조 부사가 연달아 오면서 비판인지 칭찬인지 경계가 흐려지고, 그 모호함이 오히려 묘미가 된다. 

핀잔 속에 인정이 숨어 있는 구조—이것이 이 시의 핵심적 반전이다.


제목과 사진·시의 삼각 구도


'유아독존'은 본래 "천상천하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선언이다.

그 장엄한 사자성어를 초록 울타리 속 붉은 잎 하나에 얹으니 웃음기가 배어든다. 

숭고한 개념을 일상의 작은 자연물로 끌어내려 친근하게 만드는 이 격(格)의 낙차가 디카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데, 이 작품은 그것을 제목 한 단어로 완성한다.


사진(붉은 잎의 시각적 고립) → 제목(유아독존이라는 개념적 선언) → 시(핀잔과 감탄의 언어적 반전), 이 세 층위가 서로를 강화하며 의미의 원환(圓環)을 이룬다.


소결


짧은 세 행이지만 사진과 제목의 힘을 영리하게 빌려 쓴 작품이다.

구어체의 투박한 질감과 성어(成語)의 무게감이 충돌하는 자리에서 유머와 통찰이 동시에 터진다. 

'혼자 다름'을 나무라면서도 끝내 인정하는 화자의 시선은, 개성과 일탈을 대하는 우리 내면의 이중성을 솔직하게 건드린다.

자연의 한 장면이 인간사의 단면을 담아내는 디카시 본연의 미덕이 잘 살아 있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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