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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지각일 뿐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6.30 0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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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jpg

 

 결석은 아니니 걱정 말아라


넘어지지 않고 잘 온 거야

달려오다 숨은 찼겠구나


사연은 묻지 않겠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_안정선 

 

 <Claude 시평>


사진 속 꽃은 철쭉으로 보인다.

꽃잎이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은 채, 짙은 분홍빛 봉오리 상태로 초록 잎들 사이에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철보다 늦게 핀 한 송이 — 그것이 이 디카시의 출발점이다.


시의 구조와 흐름


첫 행 


"결석은 아니니 걱정 말아라" 


는 시적 화자가 늦게 핀 꽃을 향해 건네는 말이다. 

'결석'이라는 학교 언어를 꽃에 씌움으로써 자연과 인간사가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안도와 너그러움이 담긴 이 한 마디가 시 전체의 온도를 결정한다.


"달려오다 숨은 찼겠구나" 


— 늦게 핀 꽃의 안쓰러움을 인간적 공감으로 어루만지는 행이다. 

'숨이 찼다'는 표현이 꽃봉오리의 팽팽하게 오므린 모습과 절묘하게 겹치며, 사진 읽기와 시 읽기가 한순간 일치한다.


"사연은 묻지 않겠다" 


— 짧고 단호하다. 

늦음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아는 자의 배려다. 

이 침묵의 한 행이 시에 깊이를 더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 마무리이자 반전이다. 

지각을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 출발을 선언해준다. 

늦게 핀 꽃에게,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뒤처진 모든 존재에게 보내는 따뜻한 격려다.


디카시로서의 완성도


이 작품은 사진의 피사체(반쯤 핀 봉오리) 와 시의 주제(지각, 늦음, 그러나 시작) 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 디카시 본연의 미덕을 잘 살리고 있다. 

꽃이 활짝 핀 사진이었다면 이 시는 성립하지 않는다. 

'아직 덜 핀' 그 순간을 포착한 사진 안목이 시의 의미를 떠받치는 구조다.

언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감정은 절제되어 있으나 온기가 충분하다. 

'결석 — 지각 — 시작'으로 이어지는 학교 언어의 틀이 시 전체에 통일감을 준다.


소결


「지각일 뿐」은 자연의 한 장면을 인간의 삶으로 넉넉히 끌어안는 시다. 

꾸짖지 않고, 캐묻지 않고, 다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고 말해주는 화자의 태도 안에 시인의 따뜻한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다. 

늦게 피어난 꽃 한 송이가 위로와 응원의 언어로 환히 피어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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