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의 경고음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를 빌리지 않더라도 수많은 지역이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라는 무거운 지표를 받아 든 지 오래다. 학교가 문을 닫고, 청년들이 떠난 자리를 초고령화의 그늘이 채우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로컬(Local)의 뼈아픈 현주소다.
이 절박한 생존의 기로에서 우리는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인가. 최근 정선 하이원 고원 지대에서 동해안으로 이어지는 강원권 관광 현장을 둘러보며, 필자는 그 해답의 실마리가 바로 '스포츠·해양 글로컬(Glocal) 관광'의 창조적 결합에 있음을 확신했다.
전통적인 관광 산업은 대개 '여름 한 철 바닷가', '단순한 풍경 관람'과 같은 일회성 소비에 머물렀다. 스쳐 지나가는 뜨내기 관광객 중심의 구조로는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열었다 한들 지역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우거나 인구 소멸의 흐름을 막아내기 역부족이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지역 고유의 인문학적 스토리와 자연환경이라는 로컬의 자산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스포츠 이벤트와 해양 웰니스(Wellness) 콘텐츠를 융합하는 ‘글로컬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 훌륭한 본보기를 우리는 스포츠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정선 하이원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메이저 골프 대회는 스포츠가 어떻게 로컬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는지 생생하게 증명했다. 단순히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회의 슬로건처럼 ‘스포츠·관광·힐링’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자 전국의 수많은 갤러리가 고원의 청정 도시에 장기간 체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역 먹거리 브랜드가 참여하는 야간 마켓과 코레일 연계 패키지 등 기업과 지자체의 상생 모델이 더해지면서, 대회 기간 내내 정선 일대의 골목상권은 유례없는 활력을 띠었다. 잘 기획된 스포츠 관광 하나가 수만 명의 관계 인구를 창출하고 대규모 소비를 유도하며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셈이다.
이러한 고원의 에너지는 동해안의 ‘해양 웰니스’와 만나며 거대한 관광 벨트로 진화한다. 강릉 경포와 안목 해변 등 최근의 동해안은 단순히 맑은 물에 몸을 담그는 피서지를 넘어섰다. 세계적인 '커피 도시'라는 독창적인 스토리를 입히고, 반려동물 친화 해변이나 해변 요가, 해양 치유 프로그램 같은 차별화된 문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사시사철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체류형 웰니스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쓸모를 다했던 동해의 석회석 폐광지가 에메랄드빛 호수와 다채로운 액티비티를 갖춘 ‘무릉별유천지’라는 창조적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하여 사계절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기적 역시, 로컬 콘텐츠가 가진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결국 로컬의 미래는 ‘가장 지역적인 스토리를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승화시키는 힘’에 달려 있다. 고원의 스포츠 인프라와 해안의 웰니스 자원을 유기적으로 엮어 하나의 거대한 체류형 관광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여름 한 철의 낭만을 넘어, 1년 내내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흐르는 지속 가능한 글로컬 마케팅이 정착될 때 지역은 비로소 소멸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1,000만 관광객이라는 숫자의 화려함에 도취해 있을 여유가 없다. 이제는 그들을 지역의 진정한 관계 인구로 만들고, 무너져가는 로컬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강원도의 청정 고원과 푸른 바다가 보여준 창조적 진화처럼, 전국의 인구 소멸 위험 지역들이 스포츠와 해양, 그리고 웰니스를 아우르는 글로컬 리더십을 발휘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선종복(GK뉴스온발행인, 글로벌관광객1억명시대추진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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