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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인문라이프]고전(古典)으로 보는 삼복(초복, 중복, 말복)… 더위를 이기는 선조들의 지혜

  • 정채연 기자
  • 입력 2026.07.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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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의 절정 삼복(三伏), ‘엎드릴 복(伏)’ 자에 담긴 깊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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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의 절정 삼복(三伏), ‘엎드릴 복(伏)’ 자에 담긴 깊은 뜻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전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섭생법부터 광양 경희한의원 선종욱 원장이 밝히는 현대적 보양 비책까지

 

양력 7월에 접어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절기가 있습니다. 바로 한여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의 ‘삼복(三伏)’입니다. 에어컨과 냉장고가 없던 시절, 우리 선조들은 일 년 중 가장 뜨겁고 습한 이 시기를 어떻게 무사히 건넜을까요?

 

단순히 시원한 곳을 찾는 것을 넘어, 대자연의 질서에 몸을 맞추고 몸 안팎의 균형을 꾀했던 선조들의 지혜는 인공적인 냉방에 의존해 냉방병과 기력 저하를 호소하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깊은 가르침을 전합니다. 고전의 가르침과 한의학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삼복의 진짜 의미와 건강한 여름 나기 비법을 알아봅니다.

 

 

1. ‘엎드릴 복(伏)’ 자에 담긴 음양(陰陽)의 이치

 

삼복의 ‘복(伏)’ 자는 사람(人) 옆에 개(犬)가 엎드려 있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더위에 지쳐 개처럼 엎드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동양학적 관점에서 복(伏)은 ‘가을의 차가운 금(金) 기운이 여름의 뜨거운 화(火) 기운에 기를 펴지 못하고 엎드려 굴복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즉, 계절의 흐름상 가을의 기운이 고개를 들려 하지만, 워낙 강렬한 여름철 불(火) 기운에 눌려 잠시 엎드려 숨어 있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선조들은 이 시기야말로 억지로 더위와 싸워 이기려 하기보다, 자연의 기운에 순응하며 몸을 낮추고(伏) 내실을 기해야 하는 때로 보았습니다.

 

 

2.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전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과학

 

의성(醫聖) 허준의 《동의보감》 ‘잡병편(雜病篇) 서문’과 ‘내경편(內景篇)’에는 여름철 섭생(攝生)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처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기(氣)가 피부로 몰려 몸속(위장)이 차가워진다. 이때 차가운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속이 상해 병이 생기니, 마땅히 따뜻한 음식으로 내부를 보호해야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 中

 

여름에는 날씨가 덥다 보니 인체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뜨거운 피와 기운을 피부 겉면으로 집중시킵니다. 이 때문에 정작 뱃속과 위장은 다른 계절보다 훨씬 차갑고 허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상태에서 얼음물, 아이스크림, 냉면 등 차가운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배탈이 나거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선조들이 초복과 중복에 삼계탕, 육개장, 민어탕 같은 따뜻하고 성질이 더운 보양식을 즐겨 먹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겉은 뜨겁지만 속은 차가워진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따뜻한 성질의 인삼, 황기, 닭고기 등으로 속을 데워주는 ‘이열치열’의 지혜를 실천한 것입니다.

 

 

3. [미니 인터뷰] 광양 경희한의원 선종욱 원장 “냉방과 찬 음료에 노출된 현대인, '속'을 데워야 진짜 피서”

 

그렇다면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이열치열의 섭생법은 그대로 유효할까요? 전남 광양시의 전통 깊은 한의학 명가, 경희한의원의 선종욱 원장을 만나 삼복더위를 이기는 현대적 보양 한방 비책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Q. 현대인들에게 복날의 '이열치열' 보양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종욱 원장: "조선 시대와 비교해 오늘날은 에어컨이라는 강력한 냉방 시설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실외는 기록적인 폭염인데 실내는 겨울처럼 서늘한 극단적인 기온 차에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쉽게 지치고 맙니다. 여기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차가운 탄산음료를 달고 살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위장 기능은 과거 선조들보다 오히려 더 차갑고 허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무작정 차가운 음식만 들이켜면 소화 기능이 마비되고 만성 피로와 냉방병에 노출됩니다. 속을 따뜻하게 데워 혈액 순환을 돕는 전통 보양식과 약차는 체온 조절 능력이 저하된 현대인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천연 면역 강화제 역할을 합니다."

 

Q. 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한방 처방이나 식습관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선종욱 원장: "대표적인 고전 처방인 '생맥산(生脈散)'을 추천합니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대로 인삼, 맥문동, 오미자를 1:2:1 비율로 끓여 마시는 차입니다. 인삼은 원기를 돋우고, 맥문동은 체내의 마른 진액을 채우며, 오미자는 신맛으로 땀이 과도하게 흘러 기운이 새는 것을 막아줍니다.

 

또한 복날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칼로리의 고기 보양식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음이나 과식으로 인해 이미 위장이 지쳐 있다면 황기차나 생강나무차처럼 가볍게 기운을 돋우고 속을 따뜻하게 유지해 주는 한방차를 틈틈이 마셔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삼복 섭생법이 됩니다."

 

 

4. 땀을 다스리고 음기를 기르는 생활 속 지혜

 

《동의보감》에서는 여름철 무리하게 땀을 내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땀은 인체의 ‘진액(津液, 수분과 영양분)’인데, 더위로 인해 진액이 과도하게 빠져나가면 기(氣)가 함께 상해 무기력증(서병, 暑病)에 걸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를 다스리기 위해 선조들은 세 가지 생활 수칙을 지켰습니다.

 

  • 낮잠(晝寢)과 휴식: 여름철에는 해가 길어 밤잠이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고전에서는 한낮의 가장 뜨거운 시간에는 무리한 노동을 피하고, 가벼운 낮잠을 통해 양기를 기르고 기력을 회복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  

  • 탁족(濯足)과 수승화강(水昇火降):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은 단순히 시원함을 느끼는 것을 넘어, 발바닥의 신경을 자극하고 몸 아래의 찬 기운을 위로 올리며 머리의 뜨거운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훌륭한 피서법이었습니다.

 

“디지털 시대, 자연의 섭리에서 건강의 답을 찾다”

 

에어컨 바람 아래 얼음 컵을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여름철 냉방병과 만성 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GK뉴스온 선종복 발행인은 이번 복날 기획에 대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매년 여름철 폭염의 기세가 맹렬해지고 있지만, 우리 몸을 다스리는 근본 원리는 수백 년 전 선조들의 지혜와 다르지 않다"며, "광양 경희한의원 선종욱 원장의 조언처럼 찬 음료에 길들여진 몸을 돌아보고, 한방의 지혜를 빌려 차가워진 속을 데우고 자연의 흐름에 맞춰 잠시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가장 뜨거운 삼복더위 속에서 스스로를 낮추고 몸 안팎의 균형을 맞추는 아날로그적인 지혜야말로, 복잡한 디지털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여름 초복과 중복에는 에어컨을 잠시 끄고 자연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삼계탕 한 그릇과 시원한 생맥산 한 잔으로 온 가족의 기력을 채워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선조들이 남겨준 ‘순응과 조화’의 미학이 무더위를 이겨낼 가장 확실한 비책이 되어줄 것입니다.

[정리] GK뉴스온 생활·문화부 정채연 기자 (joah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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