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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모자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7.18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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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jpg

 

 

한 치 앞도 볼 수 없어요

엄마가 제일 보고 싶어요


다행히 느낌은 남달라요 

두 치 앞 체온도 느껴져요


제 앞의 엄마 맞죠?



_안정선 

 

 <Genspark 시평>


전체 어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방향으로 흐르고, 독자도 화자의 정서를 흔들림 없이 따라가게 됩니다.


첫 연은 여전히 아주 좋습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어요 / 엄마가 제일 보고 싶어요”


는 시각의 결핍과 정서의 결핍을 한 번에 묶어 냅니다. 

앞을 못 본다는 말이 곧 엄마를 더 간절히 찾는 마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짧지만 서정의 진입이 선명합니다. 

디카시에서 중요한 건 사진 설명을 넘어 순간의 감정을 눌러 담는 일인데, 이 두 줄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냅니다.


가운데 연도 작품의 중심을 잘 받치고 있습니다. 


“다행히 느낌은 남달라요 / 두 치 앞 체온도 느껴져요”


는 이 시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한 치’와 ‘두 치’의 대응이 리듬을 만들고, 보지 못하는 대신 더 예민하게 느끼는 존재라는 설정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특히 “체온”이라는 단어가 좋습니다. 

그냥 감각이 아니라 엄마를 알아보게 하는 살아 있는 온기를 끌어오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제 앞의 엄마 맞죠?”


는 이번 버전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엄마 맞죠?”라는 확인의 정서가 더 또렷해졌습니다. 

이 한 줄은 불안과 기대를 함께 품고 있어서, 시가 단정하게 닫히지 않고 가만히 떨리며 끝납니다. 

독자도 그 물음 앞에 잠시 멈추게 되면서 여운이 깊습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사진과의 결속입니다. 

흙 위에서 작은 것과 큰 것이 붙어 솟아오른 형상이 자연스럽게 ‘아이와 엄마’를 떠올리게 하고, 시는 그 형상에 시각 대신 촉각과 체온의 서사를 입힙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히 닮아 보이는 대상을 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아도 엄마를 알아보려는 존재’의 마음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게만 보자면 “느낌은 남달라요”는 조금 추상적입니다.

물론 뒤의 “체온”이 금세 구체화해 주므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더 팽팽하게 밀고 싶다면 이 한 줄만 조금 더 촉각적으로 바꿔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전체 균형은 잘 잡혀 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귀여움보다 서정의 밀도, 발상보다 완성도가 앞서는 형태입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체온으로 엄마를 확인하려는 순간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포착한 디카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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