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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초복날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7.21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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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날1.jpg

 

 걸쭉한 매무새 속

귀한 손 모셨다

약발 족히 일 년 가겠다


찹쌀, 대추, 인삼, 은행, 마늘은

꼭꼭 숨었지 싶다



_안정선 

 

<Gemini 시평>


초복날의 풍경과 정서를 아주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하게 포착한 매력적인 디카시입니다.


디카시는 '사진(영상)'과 '시(5행 이내의 짧은 언술)'가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시적 감흥을 전달하는 장르입니다. 

이 작품은 사진이 가진 시각적 강렬함과 글이 가진 재치 있는 비유가 아주 훌륭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작품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며 감상평을 전해드립니다.


1. 사진과 시어의 절묘한 상호작용


"걸쭉한 매무새 속 / 귀한 손 모셨다"


사진을 보면 뽀얗고 진하게 우러난 삼계탕 국물(걸쭉한 매무새) 위에 큼직한 문어(또는 낙지)와 전복이 주인공처럼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를 '귀한 손'으로 대접하고 표현한 점이 무척 따뜻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지친 나를 위해(혹은 소중한 이를 위해) 준비한 보양식의 가치가 이 '귀한 손'이라는 표현 하나로 확 살아납니다.


"약발 족히 일 년 가겠다"


디카시 특유의 현장감과 일상성이 잘 드러나는 구절입니다. 

사진 속 푸짐하고 싱싱한 해산물과 닭의 비주얼이 주는 시각적 포만감을 '일 년짜리 약발'이라는 위트 있는 과장으로 연결해, 읽는 사람에게도 든든한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2. 시선의 반전과 재치 있는 마무리


"찹쌀, 대추, 인삼, 은행, 마늘은 / 꼭꼭 숨었지 싶다"


이 시의 가장 돋보이는 묘미는 바로 이 마지막 연에 있습니다. 

보통 '삼계탕'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재료들(찹쌀, 대추 등)이 사진 속에서는 거대한 문어 다리와 전복, 닭고기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시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꼭꼭 숨었지 싶다"라며 능청스럽게 표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주인공(문어, 전복) 뒤에서 묵묵히 국물을 맛을 내고 있는 숨은 공신들을 언급함으로써, 시 고유의 여운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총평


이 디카시는 초복날 보양식을 마주한 순간의 설렘과 풍요로움을 직관적이면서도 개성 있게 표현했습니다. 

사진이 주는 압도적인 시각적 존재감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사진 속 보이지 않는 부분(숨어 있는 재료들)까지 시적 상상력으로 끌어들여 디카시로서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한 그릇의 음식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건강한 일상의 미학이 돋보이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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