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난 것이 필연이지
각자 살아온 길
맵시가 살아있네
앞가림은 하겠어
_안정선
<Claude 시평>
이 작품의 출발점은 우연히 포착된 장면입니다.
나무둥치에 매미 두 마리가 있는데, 하나는 정면으로 또렷하게, 다른 하나는 뒤쪽에서 흐릿하게 비켜 서 있습니다.
이 우연한 구도가 시의 뼈대를 그대로 결정짓습니다.
사진이 먼저 "이 둘은 같은 자리에 있지만 서로 다른 결을 지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시는 그 사실에 화자의 목소리를 얹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사진 없이 문장만 읽어도 뜻은 통하지만, 사진과 함께 읽으면 "각자 살아온 길"이라는 구절이 훨씬 구체적인 무게를 얻습니다 — 실제로 몸빛도 자세도 다른 두 존재가 눈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행별 구조
만난 것이 필연이지
— 도입부이자 화자의 결론을 먼저 던지는 방식입니다.
관찰보다 판단이 앞서는데, 이 순서가 오히려 시 전체의 능청스러운 어조를 만듭니다.
마치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두 매미를 두고 넌지시 한마디 던지는 느낌입니다.
각자 살아온 길
— 앞 행의 확신을 한 번 눌러주는 행입니다.
"필연"이라 말해놓고 곧바로 "그래도 서로 다르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균형감이 있습니다.
맵시가 살아있네
— 유일하게 순수한 감탄의 행입니다.
판단도 예측도 아닌, 눈앞의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순간이라 시 안에서 숨 고르는 자리 역할을 합니다.
앞가림은 하겠어
— 결구는 다시 판단으로 돌아오되, 미래형으로 열어둡니다.
단정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입니다.
전체 인상
제목 '눈치코치'가 이 시 전체를 이끄는 열쇠입니다.
사람 사이의 맞선이나 상견례 자리에서 상대를 재빠르게 훑어보는 그 시선을, 나무에서 마주친 매미 두 마리에게 옮겨 놓은 발상이 신선합니다.
화자는 마치 중매쟁이나 어른의 자리에 서서 "이 둘, 잘 어울리네" 하고 판단을 내리는데,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매미라는 데서 슬쩍 웃음이 납니다.
네 행 모두 짧고 구어체를 유지하면서도 각각 다른 기능(선언-인정-감탄-전망)을 맡아 낭비 없이 짜여 있습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이어집니다.
곤충의 생태(매미가 각기 다른 시기에 우화하여 같은 나무에서 마주친다는 사실)와 인간사의 언어(필연, 맵시, 앞가림)가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소박하면서도 여운 있는 완결본으로 보입니다.
BEST 뉴스
-
[황지영칼럼]사랑이와 기쁨이
사랑이와 기쁨이 김사랑, 이기쁨(가명) 이 두학생은 형제인데 내가 몇 달 간 가르친 학생들이다. 형 사랑이는 6학년, 동생 기쁨이는 4학년, 성이 다른 형제가 우리 시설에 와서 며칠 적응 시간을 갖고 교실에 와서 함께 공부를 시작하였다. 교실로 오던 첫 날, ... -
[선종복칼럼]수능 폐지하고 대학입시 대학에 맡길 때
해마다 11월이면 온 나라가 숨을 죽인다. 비행기 이착륙이 미뤄지고, 출근 시간이 조정되고, 수백만 명의 학부모가 자녀보다 더 긴장한 채 하루를 보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른바 수능이다. 도입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이 하루짜리 시험이 한 사람의 12년 학업과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은... -
[선종복칼럼]고전(古典)에서 길을 묻다: 시대를 뛰어넘는 글로컬 리더십의 지혜
[선종복칼럼] 글로벌화가 심화하고 지식 기반 사회로 급격히 이행함에 따라 세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동시에 local(지역적) 가치와 특수성의 중요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각을 지니면서도 지역 특성에 발맞추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글... -
[디카시]착한 착각
철 지난 철쭉 회춘했나 고개 숙여 들여보다 아픈 목허리 펴 하늘 보니활짝 웃는 백일홍 _안정선 사진과 텍스트의 관계무성한 초록 잎 사이, 꽃 진 철쭉나무 가지 위에 배롱나무 꽃잎이 시들어 얹힌 광경 ... -
[디카시]기운 빨
앞뒤로힘주어 사느라어렵다는 걸 왜 모르겠니 _안정선 [Gemini 시평]'기운'의 중의적 포착: 건물 뒤편 하늘로 넓게 퍼져나가는 구름 산맥은 거대한 '기운(氣運)'의 장관을 이루고, 그 거친 기운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앞뒤로 힘을 주어 버텨내... -
[디카시]부모 노릇
보일 듯 안보일 듯 알 듯 모를 듯세상 절반은 끈적거리니조심하고 _안정선 [Gemini 시평]시각적 이미지와 시어의 완벽한 결합사진 속 거미줄은 빛을 받아 미세하게 빛나며 가늘고 섬세한 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언...
전체댓글 0
NEWS TOP 5
추천뉴스
-
아일릿 ‘Almond Chocolate’, 日서 또 역주행 인기 돌풍!
- 오리콘·애플뮤직 등 주간 랭킹서 순위 상승 지속…어느새 차트 최상위권 넘봐 - 시간 지날수록 순위... -
에스파 ‘Whiplash’ 영어 버전, 오늘(27일) 오후 1시 공개
‘빌보드 위민 인 뮤직’서 무대 첫 선! 에스파 X 스티브 아오키 조합도 기대UP 에스파(aespa, 에스엠... -
‘솔로 데뷔 D-DAY’ NCT 마크, “‘The Firstfruit’는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일문일답]
“타이틀곡 ‘1999’, 포부와 1999년 콘셉트가 재미있는 곡… 가사에 타이틀로 확신” “진정성 있는 음... -
알리, 데뷔 20주년 광주 콘서트 '용진' 성료 "신곡 깜짝 선공개"
가수 알리(Ali)의 데뷔 20주년 기념 광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알리는 지난 12일 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