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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으레껏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8.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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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거들먹거리며

나 보라는 듯
드센 척했지

얼마나 맘 졸였는데

 

 

_안정선

 

 


1. 영상과 시어의 감각적 조화

사진 속 수꿩(장끼)은 화려한 깃털과 붉은 눈시울을 자랑하지만, 정작 몸을 낮춘 채 풀숲 사이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연의

"한 때는 거들먹거리며 / 나 보라는 듯 / 드센 척했지"

는 수꿩 특유의 야생적 과시와 위엄을 시각적으로 명쾌하게 포착한다.
화려함을 드러내는 행위가 사실은 강함을 과시하기 위한 '척'이었음을 암시하며, 영상이 가진 표면적 풍경을 텍스트의 정서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2. 여백의 미와 절제된 고백

"얼마나 맘 졸였는데"

로 이어지는 구성이 매우 탁월하다. 이유를 직접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풀숲에 몸을 숨긴 꿩의 경계심과 강한 척 살아야 했던 삶의 무게가 읽는 이의 상상력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겉으로는 세상의 풍파 앞에 당당하고 드센 척해야 했던 존재가, 실상 둥지 속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매 순간 가슴을 졸여야 했던 서글픈 책임감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듯한 깊은 여운을 준다.

3. '으레껏'이 주는 단단한 무게감

제목 '으레껏'은 '늘 당연히 그래왔듯이'라는 습관과 의무의 무게를 지닌다.
강한 척 견뎌내는 삶이 선택이 아닌 '으레껏' 해내야만 했던 숙명이었음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종결어미 "-졸였는데"로 끝맺는 혼잣말조의 고백은 과장된 감상주의를 배제하고 나지막한 울림을 남긴다.

총평

자연의 한 장면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관찰력과, 불필요한 설명을 덜어내고 여백을 살린 절제된 시재(詩才)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풀숲에 숨어 가슴을 졸이면서도 화려한 깃털을 세워야 했던 장끼의 모습은, 한 시대를 묵묵히 견뎌낸 우리 모두의 따뜻하고도 숙연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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