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의 본질은 '정치'가 아닌 '아이들'이다
[발행인칼럼]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이 가야 할 ‘제3의 길’

대한민국 교육 현장은 오랫동안 보수와 진보라는 거대한 두 축의 격전장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은 널을 뛰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 되었다.
보수는 ‘수월성’과 ‘경쟁’을, 진보는 ‘평등’과 ‘복지’를 외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과연 우리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정답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어느 쪽으로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융합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1. 보수의 가치: 실력 없는 평등은 공허하다
전통적으로 교육 보수가 강조하는 가치는 학력 신장과 기초 학력 보장,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다.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보수가 주장하는 ‘데이터 기반의 학력 진단’과 ‘체계적인 훈육’은 교육의 질적 저하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교육적 평등은 결국 하향 평준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 진보의 가치: 낙오자 없는 교실은 정의롭다
반면 교육 진보는 교육의 공공성과 학생의 인권, 그리고 서열화 타파를 핵심 가치로 삼는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라는 슬로건 아래,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초래한 학생들의 정서적 피폐함과 사교육비 부담을 해결하려 노력해왔다.
혁신학교, 고교학점제 등은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높이고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한 진보 진영의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차별 없는 교육 환경은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기초 토대다.
3. 정답은 '진보+보수': 변증법적 합일의 필요성
우리가 마주한 미래는 보수와 진보의 구닥다리 논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보수의 ‘기초 지식’과 진보의 ‘창의적 문제해결력’ 모두를 요구한다.
이제는 ‘진보적 가치를 품은 보수적 전략’ 혹은 ‘보수적 토대 위에 세워진 진보적 실험’이 필요하다. 기초 학력이라는 보수적 가치를 공고히 하되, 교육의 기회와 과정은 진보적으로 유연해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보수)을 유지하면서도 평가의 방식은 미래형(진보)으로 혁신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중간 지점을 찾는 ‘절충’이 아니라, 양자의 장점을 취해 새로운 차원을 여는 ‘통합’의 과정이어야 한다.
결론: 교육의 본질은 '정치'가 아닌 '아이들'이다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오답'은 분명하다. 아이들을 정치적 이념의 도구로 삼는 것이 바로 오답이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부정하며 10년 주기의 시계추 교육을 반복하는 동안,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저당 잡히고 있다.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좌나 우가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이 중심이 되는 현장’으로 가야 한다. 보수의 실력과 진보의 철학이 만날 때, 비로소 대한민국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은 진보와 보수의 산술적 합이 아니라, 두 가치가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아이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미래형 교육 체제’에 있다.

컬럼니스트 선종복(발행인, 전 서울북부교육장, 서울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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