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환 여성과 자녀들이 마주한 국적·교육·정체성의 딜레마
[GK뉴스온] 복조리 만들며 그리운 '아빠 나라' 체감... 베트남 귀환 여성·자녀의 정체성 딜레마를 가다
-귀환 여성과 자녀들이 마주한 국적·교육·정체성의 딜레마
글/윤향옥(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대표)
2026년 2월 1일 오후 1시, 베트남 껀터(Cần Thơ)의 KOCUN(Korea Center UN, 한국-베트남 함께 돌봄센터)에서는 설날 축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결혼이주 귀환 여성과 귀환 자녀, 친정 부모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한베 다문화가족 자조모임 참석자 전원
이번 모임은 설날을 기념하는 동시에 학년 말 방학을 앞두고 열린 자리로, 학부모 교육과 청소년·아동 대상 수준별 특별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중학생 이상 남녀 그룹, 유치원·초등학생 그룹으로 나뉘어 강의를 듣거나 게임을 통해 친선을 다졌다. 특히 모든 참가자가 도서관에 모여 한국 전통문화인 복조리를 만들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KOCUN 송혜은 센터장은 개회사에서 “1년 동안 수고한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귀환 여성과 자녀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더욱 협력하고 서로를 북돋우는 공동체가 되자”고 강조했다.
■ 한국 국제결혼이주 여성의 역사
베트남 메콩델타 중심 도시인 껀터는 한때 한국 국제결혼이주 여성이 가장 많았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결혼이주는 특히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급증했으며, 약 7만 3천여 명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베트남 여성의 결혼이민 증가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족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고,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와 저출산 완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국제결혼 과정에서 정보 부족과 준비 없는 결혼이 성행하면서 가정 내 폭력, 학대, 이혼 등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혼이민 비자가 결혼 관계 유지와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많은 여성들은 폭력과 불평등 상황에서도 체류 문제로 쉽게 이혼하거나 탈출하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국제결혼은 인권과 이민정책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귀환 여성 지원과 상담·보호 정책을 확대하며, 국제결혼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할 이주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 귀환 자녀의 딜레마
한국으로 시집갔다가 베트남 친정으로 귀환한 여성들은 대부분 자녀를 동반한다. 이 자녀들은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 시민이며 의무교육의 대상이자 권리의 주체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현실에서는 외국 국적 아동이 학교 교육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며, 지역에 따라 청강생 자격으로 교육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할아버지와 함께 복조리 만들기 문화체험
귀환 자녀들은 외가를 중심으로 성장해 중·고등학생이 되고, 대학 진학과 성인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만 18세가 되면 병역 의무 문제와 맞닥뜨리며 정체성과 의무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조사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 청소년이 한국과 아버지에 대해 특별한 원망이나 그리움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한국어를 조금 구사하는 베트남 청소년으로서 또래와 어울리며 성장하고 있다.
다만 최근 K-POP과 K-FOOD의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병역 문제를 앞둔 청소년들은 “한국의 존재가 희미한데 왜 군대를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있다.
베트남으로 귀환한 초·중등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사실상 외국어이며, 베트남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대학 진학과 취업 과정에서는 여전히 외국인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한계에 부딪힌다.
■ 다시 한국으로 향하는 청소년들
KOCUN을 통해 2026년 3명의 중학생이 한국 제천의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들은 한국 교육과정 적응을 위해 별도의 한국어 교육과 진학 준비를 해왔다.
한국 시민으로서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한국 사회와 학교 적응은 결코 쉽지 않다. 동떨어진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와 사회의 환대가 절실하다.
송혜원 센터장은 “귀환 자녀들이 한국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고 당당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고등학교 진학은 귀환 청소년 진로·진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KOCUN뿐 아니라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포용적 관심이 특별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민관 거버넌스의 역할
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 대표 윤향옥은 “많은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 사회와 가정, 남편과의 신뢰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문화가정의 주체가 되었다”며 “정주민 사회 또한 공존과 상생의 시민의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결혼이주 가정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이는 자녀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혼란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귀환 자녀와 가족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며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점은 고맙고 의미 있는 일이다.
베트남 외가에서 성장하는 귀환 자녀들은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서 국적과 정체성, 교육과 미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제 이들의 문제는 개인과 가족의 영역을 넘어, 양국의 이주정책과 교육권 보장, 그리고 시민사회의 포용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은 2026년 1월 26일부터 2월 5일까지 KOCUN을 방문해 귀환 여성과 자녀, 외조부모, 활동가들과의 담화를 통해 실태를 조사했으며, 향후 귀환 청소년의 진로·진학 컨설팅과 안착 지원에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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