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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불초소생(不肖小生)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3.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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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뵙고 싶었어요


우리 집 든든한 영웅
무서워 맴돌던 기억까지

담 넘느라 이제 와 뵙네요

 

 

_안정선 

 

 



담벼락을 타고 흐르는 담쟁이덩굴의 흔적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형상을 발견하고, 그 앞에서 참회하며 그리움을 전하는 시인의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이 디카시에 대한 감상평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드립니다.

1. 시각적 이미지와 시어의 조화

사진 속 담쟁이덩굴은 잎이 다 떨어진 채 줄기만 남았지만, 그 형상이 마치 땅에서부터 굳건히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 혹은 지팡이를 짚고 선 노인의 뒷모습처럼 보입니다.

'든든한 영웅'

: 굵게 뻗은 줄기는 가족을 지탱하던 아버지의 등직함을 연상시킵니다.

'무서워 맴돌던 기억'

: 잔가지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 모습은 어린 시절 엄했던 아버지에 대한 경외심이나 다가가기 어려웠던 심리적 거리를 시각적으로 잘 형상화했습니다.

2. '불초소생'이라는 제목의 무게감

'불초소생(아버지를 닮지 못한 어리석은 자식)'이라는 겸손하고도 무거운 제목이 시 전체의 정조를 결정합니다.
이미 담쟁이는 담 꼭대기까지 올라가 무성한 초록 잎을 피워냈지만, 시인은 정작 줄기가 시작된 뿌리(아버지)의 자리를 이제야 제대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담 넘느라 이제 와 뵙네요"

라는 구절은 세상 사느라 바빠 부모님을 살피지 못했던 자식의 회한을 절묘하게 표현합니다.

3. 총평

이 시는 '담을 넘는다'는 행위를 이중적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담쟁이가 담을 타고 오르는 모습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아버지라는 거대한 벽'을 이해하고 넘어서기까지 걸린 성장의 시간입니다.
앙상한 줄기 위로 피어난 푸른 잎들은 결국 아버지라는 뿌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깨달음이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시를 통해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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