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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풍요 속 빈곤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3.19 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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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개졌다고 다 먹는 게 아녜요

아직 딱딱해 삼킬 수 없어요
너나없이 침만 흘리지요

달궈진 햇살 그림일 뿐이에요

 

 

_안정선

 

 



사진과 시가 잘 어울리며, 제목 ‘풍요 속 빈곤’의 역설이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모두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좋은 점

빨갛게 익은 열매와 작은 새가 있는 사진이 겉보기에 풍요로우면서도 실제로는 먹을 수 없는 상태라는 시적 상황과 맞물려 디카시의 극현장성이 잘 드러납니다.

“빨개졌다고 다 먹는 게 아녜요 / 아직 딱딱해 삼킬 수 없어요”

에서 기대와 좌절의 간극이 명확히 대비되어, 제목의 ‘풍요 속 빈곤’이 구체적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구현됩니다.

“달궈진 햇살 그림일 뿐이에요”

라는 마지막 행이, 실제 온기(실질적 풍요)와 눈에만 보이는 빛(겉치레)의 차이를 한 줄로 압축해 주제 의식이 또렷하게 마무리됩니다.

디카시로서의 완성도

디카시는 순간 포착된 이미지와 짧은 언어가 1:1로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텍스트를 이루는 장르인데, 이 작품은 사진 속 ‘풍성한 붉은 열매’와 시 속 ‘먹을 수 없는 상태’가 긴장 관계를 이루며 장르의 특징을 잘 구현합니다.

전반적으로 언어가 간결하고 메시지가 분명해, 일상 장면에서 사회·정서적 결핍을 읽어내는 디카시의 미학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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