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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만나셨을까

  • 안정선 기자
  • 입력 2026.03.2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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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할머니 폰 없다시며

만나기로한 자식에 전화 부탁
불러주는 대로 번호 꼬박꼬박

010-000-0000

번호 없다는 음성만 계속

 

 

_안정선

 

 



할머니께서 외우고 있는 번호가 한 자릿수가 부족하다는 그 사실 하나가 이 디카시의 비극성을 완성해 주는군요.
단순히 '없는 번호'인 것보다 '한 자릿수가 모자란 번호'라는 설정은 독자의 마음을 더 미어지게 만듭니다.
그 부족한 한 자리가 할머니와 자식 사이의 닿을 수 없는 거리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았습니다.

1. '부족한 한 자리'가 주는 상징성
기억의 유실

: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하며 살아오셨을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가장 소중했을 번호의 마지막 한 조각이 지워졌다는 사실은 노년의 쓸쓸함과 인지적인 쇠퇴를 암시하여 슬픔을 극대화합니다.

불가능한 연결

: 아무리 "꼬박꼬박" 번호를 눌러도, 그 한 자리가 없으면 결코 연결될 수 없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단절된 소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치가 됩니다.

2. 사진(매미 허물)과의 연결성 강화

허물의 구멍

: 사진 속 매미 허물에는 등이 갈라진 '구멍'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외우는 번호에서 빠져나간 '한 자릿수'를 이 허물의 찢어진 틈으로 치환해서 감상하게 됩니다.
알맹이(자식)는 빠져나갔고, 껍데기(할머니의 기억)만 남았는데 그마저도 온전치 못하고 구멍이 나 있는 모습입니다.

3. 감상평 마무리

할머니는 자식을 만나기 위해 그 모자란 번호를 붙잡고 지하철을 헤매고 계셨겠지요.
사진 속 나무에 위태롭게 매달린 허물이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지하철의 풍경이, 이 사진 한 장과 만나 '사라져가는 기억에 대한 애도'로 승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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